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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텍스트의 힘 - 밀양

Hallo, Kino! 2008/03/0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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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필자는 <밀양>에 관한 꽤 흥미로운 견해를 들었다. 그 견해란 역사주의적 비평의 비롯된 것인데, 이창동 감독의 영화감독 이전의 직업에 대해 문제 삼은 것이다. 그는 영화감독이기도 하지만 일전 참여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을 맡은 거성이며, 그 이전에는 몇몇 괜찮은 소설을 써낸 작가였다. 그의 출발이 글쟁이였고, 중간에는 정치적 힘을 얻기도 하였으며 오늘날에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기 까지 거쳐 온 길은 여타 감독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에 초점을 맞추어 모 교수는 이런 견해를 폈다. '<밀양>은 재미있지는 않지만 잘 만든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창동이 드디어 환상적인 소설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영화적 개념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이창동은 리얼리즘을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었는데, 이에 동감할 수 없다. 하지만 <밀양>에 이르러서는 진정한 리얼리즘에 한 발자국 다가선 느낌이 든다.' 라는 것이다.
  모 교수의 견해 중 가장 재밌는 부분은 아마 '환상적인 소설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영화적 개념' 일 것이다. 모 교수는 이 견해를 제시하기 위해 소설은 환상적인 장르이며, 영화는 소설보단 보다 확실하고 뚜렷한 장르라는 전제조건을 은연 중에 깔아놓는다. 그리고 후에 '이창동 감독의 작품은 리얼리즘이 아니다.' 라는 부가 설명을 덧붙이며 소설은 리얼리즘이 될 수 없고 환상적이며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그 무엇인가를 그려내고 있다는 결과를 유추시킨다. 극단적으로 소설에 리얼리즘은 존재할 수 없고 영화에서만 가능하다 라고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소설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단순히 텍스트에 머무른다는 이유로 역할과 가능성을 축소 거세 시키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것은 모 교수가 잘 만들었다는 <밀양>이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밀양>의 뿌리는 이청준의 텍스트이고, 스크린에 보여지는 것은 이창동 감독 나름의 사념의 색깔이 덧입혀진 워크일 뿐이다. <밀양>은 <벌레 이야기>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지금은 보잘 것 없어진 인쇄매체를 딛고 영상매체가 곧추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고리타분한 역사 이야기 까지 곁들이자면, 소설과 영화와의 만남은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다. 새삼스레 최근에 이르러서야 활성화된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 유럽영화의 큰 계류인 프랑스 영화는 당시 대다수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었다. 소설이라는 완성되고 안정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더욱 더 견고하고 짜임새가 튼튼한 워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밀양>도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모 교수도 이러한 부분을 모르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텍스트의 힘을 간과한 것은 틀림없다. 21세기가 도래해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고 시청각 매체로 탈바꿈한다 하더라도 텍스트가 지니는 가공할만한 가치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심장이 계속하여 아날로그로 뛰는 한 이러한 추세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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