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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매기, 스타일을 뒤집어 쓰다 - 사생결단

Hallo, Kino! 2008/03/09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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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디 알렌의 뉴욕 사랑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는 뉴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뉴욕에서만 영화를 찍는다. 그의 작품 <애니 홀>에서 알렌이 뉴욕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부분은 무척 이질스럽고 이국적 냄새 마저도 풍긴다. 물론 미국의 동부와 서부가 많은 차이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이국적으로까지 보이게한 것은 알렌의 뉴욕 사랑이 한 몫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매치포인트>를 영국에서 찍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의 적잖은 사람들이 놀랐던 것은 어쩜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었었나 싶다. 이러한 알렌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미국이나 기타 다른 서구권 문화, 그리고 가까운 일본만 보더라도 독특한 색감이 있는 지역과 그리고 이를 사랑하는 이들의 헌정품은 넘쳐난다. 그들은 음악, 글,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매체로 자신들의 짝사랑을 이야기한다. 물론 알렌 처럼 지역을 무조건적으로 예찬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지역의 치부나 터부 등도 자주 들먹인다. 하지만 그 뒤에는 그들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는 우리에게는 사실 익숙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나름의 특색과 이에 따른 지역 문화 콘텐츠가 있기는 하지만, 앞선 예들과 비교해볼 때 명함도 내밀기 힘든 상황이다. 두드러지는 특색을 찾아보자면 영남과 호남, 남한과 북한 정도일까? 이러한 특색들은 자주 이용되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쓰일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너무 거시적인 것이어서 마음에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왜 우리에게는 자유의 도시 필라델피아, 억센 사나이들의 도시 오오사카 등이 없을까? 왜 우리에게는 깡촌, 도시의 이분법만 존재하는 것일까?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지역색을 원하는 수요는 얼마든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그나마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천 년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영남, 호남과의 식상한 지역갈등이나 반세기 전부터 시작된 남북 군사대치 관계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주제들은 대단히 민감한 사항이고, 그만큼 쉽게 다룰 수도 없다. 즉, 우리는 그나마 가지고 있는 지역색을 활용할 수도 없고, 활용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도시와 깡촌, 서울놈과 촌놈의 에피소드가 무한 도돌이표를 달게 된 것이다. 그런 한국 영화계에 <사생결단>과 같은 작품은 반갑다. 지금까지 짙은 지역색을 지닌 영화가 없던 불모지와 같은 한국 영화계에 적다면 적고, 크다면 큰 물꼬를 틀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생결단>과 같은 지역색이 깃든 작품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목포는 항구다>, <신라의 달밤>과 같은 작품들이 있긴 했지만 <사생결단>과 같은 강렬한 붓터치는 보이지 못했다. 붓터치가 강하다는 건 단순히 영화의 장르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생결단>은 일전에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지역색의 붓터치를 선보일 수 있었을까?
  이는 <사생결단>이 단순한 지역색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스타일을 뒤집어 썼기 때문이다. 아직 세 편의 영화만 선보인 '최호 감독의 스타일이다' 라고 정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생결단>의 스타일의 원천은 바로 지역색에 있다. 부산의 짙은 바다내음새와 갈매기들의 끼룩끼룩 거리는 울음소리에 있다. 즉, 지역색을 더 짙게 만드는 촉매가 바로 지역색 그 자체란 것이다. 부산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우리는 특색이고 스타일리쉬한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마약을 다루고 있고, 이를 진중하고 구질구질하게 그려낸다는 것도 이러한 스타일에 일조를 하였으며, 황정민, 류승범이라는 두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 또한 빼먹을 수 없는 요소일 것이다. <사생결단>이 보여주고 있는 독특한 스펙트럼을 어느 색이라고 딱히 규정 짓는 것은 퍽 어리석은 일이지만 굳이 규정해야 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규정하고 싶다. 탄탄한 내러티브, 진부하면서도 리얼리티한 패러다임 등등 <사생결단>은 여러모로 웰메이드 작품이다. 한국 영화계에 이러한 지역색을 깊히 머금은 작품이 웰메이드로 나오는 시대가 오다니, 앞으론 어떠한 작품들이 쏟아질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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