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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능란한 성(性) 조련사, 이재용 감독론

Hallo, Kino! 2008/03/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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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Biography

  1990년 한국외국어대학교 터키어과를 졸업하고, 91년 영화 아카데미를 7기로 졸업했다. 변혁과 공동으로 연출한 단편 <호모 비디오쿠스>가 끌레르몽페랑 영화제 심사위원상, 비평가 대상을 비롯해 샌프란스시코 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 외 단편 <유전>(90), <어머니의 여름>(90), <거울속의 시간>(90), <호모 비디오쿠스>(90)가 있다. 1998년 연출한 첫 장편영화 <정사>가 단아한 화면의 영상미와 절제된 대사로 호평을 받았고 2000년 본격 한, 일 합작영화인 <순애보>를 연출했다. 2003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로 금기시되어온 소재를 유려한 영상으로 창조해냈다는 평을 얻었으며, 동명의 인터넷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다세포 소녀>에서는 고정관념을 깨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2. 이재용 감독과 성性

   그의 첫 장편영화 <정사>서부터, <순애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다세포 소녀>에 이르기 까지 한결 같은 소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성性이다. 처녀작 <정사>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었고, 두 번째 장편영화이자, 한일합작 작품인 <순애보>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자위행위나 음란사이트에 접속하는 모습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이재용 감독의 최고 흥행작인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최근작 <다세포 소녀>에서는 노골적으로 성性을 전면에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재용 감독의 작품을 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성性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대다수의 작품이 성을 작거나 큰 소재로 이용해 왔고, 이를 마케팅 전략에 그대로 사용해 온 것이 많다. 하나의 예로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관람 이유를 배용준의 베드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굳이 이러한 예를 들지 않아도 성性은 충분히 상업적이다. 유명 여배우가 벗는다는 것 자체가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성性
은 많은 관객들을 스크린 앞으로 끌어들이는 훌륭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감독의 성性은 단순한 상업성만 띄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나 아직까진 보수적인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성 또한 갖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감독의 성性은 거기서 머무르는 수준이 아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깔과 무늬를 씌운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물론 성性이 그의 스타일의 핵심은 아니지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가 그리는 성性이 여타 감독들의 작품과 다른 이유는 통속적이면서도 통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사>에서 이미숙과 이정재의 베드신은 끈적거리지도 않고 담담하게 그려졌으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의 베드신은 담담하다 못해 종교의식을 행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정사>의 이미숙과 이정재의 관계는 단순한 불륜관계가 아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한 술 더 뜬다. 배용준과 이미숙은 사촌 사이인데 근친상간을 저지른다. <순애보>에서는 포르노 사이트를 탐닉하고, 자위행위에 젖어있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고, <다세포 소녀>에서는 성병, SM, 원조교제들이 난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감독의 성性이 담담하게 그려지는 이유는 저질스럽고 음란한 생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꿈, 이상향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리오로 떠나 사랑을 이루려는 <정사>, 알래스카에서 사랑을 시작하게 된 <순애보>, 그리고 조선 땅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을 연경으로 가 꽃피울 예정이었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이는 마치 성性이 성聖처럼 보이게도 한다. 그렇다면 이재용 감독은 왜 성性을 성聖과 같이 표현했을까? 이는 감독이 추구하고자 하는 노선 때문인 것 같다.

3. 대립하는 가치

  성性이 성聖처럼 보이는 이유는 이재용 감독이 대립하는 가치를 즐겨 씀으로 해서 나타나는 현상 같다. 원초적인 본능인 성性과 이성적인 개념인 꿈, 이상향은 어떻게 보면 잘 맞물릴 수도, 전혀 아귀가 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재용 감독은 굳이 그 둘을 연결시키려, 유기적으로 조화시켜 하지 않는다. 툭 던져 놓은 채, 그들이 어떻게 대립해 가는 가를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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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감독이 던져 놓는 대립하는 가치는 앞서 언급한 성性과 꿈과 이상향의 대립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성性과 꿈, 이상향의 대립이 이재용 감독 작품의 구성의 최정상도 아니다. 많은 대립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 중 가장 부각되는 부분은 작품 속 인물들이다. 이재용 감독의 작품 속 인물들은 대다수가 부르주아이다. <정사>에서 이미숙은 유명 건축가의 아내, <순애보>의 이정재는 말단 동사무소 직원이지만, 경제적으로 든든한 부모님이 뒤를 받쳐주고 있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조선의 부르주아인 사대부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부르주아답지 않은 행동을 한다. 즉, 그들이 가진 사회적 계급에 어울리지 않은 행동을 뜻한다. 점잖고 위세를 부리되 요란을 떨지 않는 것과 같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부르주아의 행동지침을 따르지 않는다. 이를테면 <정사>에선 순간의 쾌락을 참지 못하고 동생의 약혼자와 일을 벌이는가 하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는 대놓고 어떤 아녀자와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 내기를 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탕아, 탕녀와 같은 일을 그들은 스스럼없이 벌인다. 그들의 신분과는 조금 맞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그들은 사회의 지배계급이고, 지식인층이며 금전적, 계급적인 측면으로는 우등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서툴다. 서툰 사랑은 투박한 성性으로 표출되게 된다. 투박한 성性이란 앞서 언급했던 근친상간, 포르노 사이트, SM 등의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뜻한다.
  즉, 사회적인 계급은 부르주아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낮잡아 이야기하면 탕아와 탕녀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이상향까지 조합하여 이야기한다면 낭만적인 보헤미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재용 감독이 그리는 인물들은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이 섞인 홀로 대립하는 인물이다. 작품 속에서는 상황이나, 사건, 인물들로 인해 갈등하고 고통 받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제로는 그 인물 안에서 사회적인 계급과 내면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 사건, 인물들로 갈등은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 즉 기표에 지니지 않는다.

 4.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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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이재용 감독은 부르주아 계급을 즐겨 사용하는 것일까? 같은 부르주아 계급을 즐겨 사용하는 홍상수 감독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부르주아가 주요한 인물로 등장한다는 점,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작은 일탈을 만들어 낸다는 점은 이재용 감독과 홍상수 감독의 같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성性을 이용하는 방식은 또 어떤가? 이재용 감독과 같이 적나라하지만 담담하게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야하다는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
  차이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홍상수 감독이 부르주아 계급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일상을 비틀어 일탈을 만들어내면서도 자신은 마치 방관자 마냥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애정이나 관심은 찾아볼 수 없고, 게다가 인물들은 이재용 감독의 인물보다 못난 인물 일색 이다. 특히 홍상수 감독 영화 중 남자 인물들은 도가 더하다. 최근작 <해변의 여인>에서의 김승우의 캐릭터만 봐도 그렇다. 못난 인물을 홍상수는 냉랭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재용 감독은 그렇지 않다. 부르주아 계급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인물들처럼 못나거나 밉상이지도 않다. 계급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여 못나 보일 수도 있지만 이재용 감독은 이를 따스한 시선으로 감싸준다. <정사>에서 뒤늦게 사랑을 알고 이를 좇는, 어찌 보면 현실에서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불륜 행위를 이재용 감독은 그들을 브라질의 리오로 보내줌으로서 따스한 온정의 손길을 내민다. <순애보>도 마찬가지다. 이정재와 다치바나 미사토를 알래스카에서 만나게 하여, 그들의 시작을 축복해줬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는 비록 전도연을 물웅덩이 속으로 빠뜨려버리긴 했지만, 빠지기까지의 과정을 애절하고 슬프게 그려냈다. 인물들에 대한 감정이입을 방해하고 관람만 할 수 있는 관객의 시선만 제공하려 한 홍상수와는 대조적이다.

 5. 양면적, 반어적 이미지

  이는 앞서 언급한 사회적인 계급과 내면의 충돌에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히 그 뿐만은 아니다. 이재용 감독은 인물뿐만 아니라 외적인 요소에도 이러한 이미지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 쓰인 음악을 보자, 조선시대를 그린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하프시코드를 쓰는 과감함을 보여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하프시코드는 의외로 한복과 상성이 잘 맞는다. 이질감이 느껴질 만한 소재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이 거슬리지 않는 건 이재용 감독의 의도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음악뿐만 아니라 제목을 짓는 데에도 그의 취향은 녹아있다. 화끈한 ‘정사’를 기대하고 <정사>를 보았다면 실망할 것이고, 고혹적이고 우아하기까지 했던 배용준과 전도연의 사랑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라는 노골적이고 통속적인 제목으로 표현했다. 포르노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자위행위를 하고 사이버 공간 속에서 사랑을 키운다는 어찌 보면 해괴한 사랑을 <순애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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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양면적, 반어적 이미지의 사용은 이재용 감독 영화 전반에 걸쳐 보인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인 계급과 내면과의 충돌 또한 양면적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내 중요한 인물과 사건부터 제목과 음악에 이르기 까지 양면적, 반어적 이미지는 이재용 감독 작품에 널리 쓰이고 있다. 양면적, 반어적 이미지를 사용 혹은 보여주기 위해 이재용 감독이 선택한 가장 큰 요소는 성性이다. 그들의 사랑은 플라토닉 러브처럼 보이기도 하고, 순애보 마냥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서툴고 거칠게 표현하는 것. 예를 들자면 <정사>에서의 공공장소인 오락실에서 관계를 맺는 장면이나, 또 다른 공공장소인 동사무소 안에서 은밀한 쾌락을 즐기는 <순애보>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 또한 양면적이고 반어적인 이미지다. 성性은 양면적이고 반어적인 이미지와도 연결되고, 상업성, 대중성과도 연결되며 대립하는 가치와도 연결된다. 즉, 이재용 감독이 쓰는 영화적 요소들의 유기적인 연결을 돕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의 작품에서 성性을 거세시키고 성립할 수 있는 작품은 없다.

 6. 그 외

  이재용 감독의 영화는 세련됐다. 10년 전 작품인 <정사>를 지금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 이는 이재용 감독의 영화적 모토와도 관련이 있다. "10년 후에 봐도 어색하지 않을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러한 포부는 비단 <정사>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는 의상, 세트 등에 20억 원이나 쓴 한국판 블록버스터 작품이다. 흥행에는 대실패했지만 <다세포 소녀>도 영상미는 훌륭하다.
  그의 영화는 단순히 수려한 영상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 중엔 코미디 작품이 하나도 없지만, 언제나 유머가 존재한다. 감독의 말을 빌려보자. “<순애보>에서 아야가 가는 사진스튜디오(실은 포르노 사이트 업체)의 이름이 ‘벨 드 쥬르’(나팔꽃)다. 이건 루이스 브뉘엘 영화에서 따왔다. 성적 리비도에 억압돼 있는 카트린 드뇌브가 남편 친구로부터 고급 매춘업소에 대한 정보를 듣고는 낮에만 몸을 파는 여자가 된다. 그곳에서 지어준 이름이 낮에 피는 꽃이란 뜻의 ‘벨 드 쥬르’다. <순애보>에서도 아야가 ‘아침에 와서 (사진을 찍어도) 좋아요’라고 하자 아침 조(朝)가 들어간 아사코란 예명을 지어준다. 아사코의 머리 모양과 옷은 <비브르 사비>의 ‘나나’ 스타일을 옮겨왔다(안나 카리나가 연기한 나나는 매춘부다). <스캔들…>에서 첫 음악이 불협화음처럼 들려오는데 그건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앞두고 악기의 줄을 맞추는 듯 효과를 염두에 두고 넣었다. 사람들은 공연장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감상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지 않는가. 조원이 춘화를 그릴 때마다 낙관을 찍는데, 자세히 보면 그 호가 ‘발몽’이다(같은 원작을 영화화한 밀로스 포먼의 작품 이름). 춘화도 자세히 보면 신윤복과 김홍도의 그림을 짜깁기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조씨 부인과 한담을 즐기는 대갓집 마나님들의 이름이 허씨 부인, 오씨 부인 등인데 모두 내가 좋아하는 허진호 감독,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 이름에서 따왔다.”

 8.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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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性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반어적, 양면적 이미지를 즐겨 쓰는 감독 이재용은 아직 4편의 장편영화만 찍었을 뿐이다. 얼마 전 <다세포 소녀>와 같은 획기적인 시도를 하였으나, 관객들에겐 처참하게 외면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네이버 평점 2.11은 <여고생 시집가기> 이후 누리꾼이 선정한 최악의 평점이라 불린다. 부르주아를 주로 등장시켜 계급과 내면과의 갈등을 유려하게 보여준 전작들과는 달리 <다세포 소녀>는 그러한 갈등을 표면화시키고 가벼이 그려냈다. 게다가 전작들에선 부르주아만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다세포 소녀>에서는 프롤레타리아가 등장하는 것도 하나의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가난소녀 김옥빈이 부잣집 아들 박진우와 벌이는 해프닝이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가난소녀 김옥빈, 즉 프롤레타리아이다. 그리고 그들이 벌이는 해프닝은 전작들에 비해 표면화되고 기의는 대다수가 축소, 삭제되었다. 이는 전작들과는 다른 행보이며, 지금까지 부르주아의 투정어린 사랑 놀음을 너무 관대하게 비춘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에 어느 정도 대항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비평과 흥행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지 못하는 불운이 따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다세포 소녀> 자체가 갖는 의미는 적다고만은 볼 수 없다. 자칫하면 관습적이고 아류적인 작품을 찍는데 굳어버릴 수도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아직 4편의 영화를 만든 감독의 패기어린 실험작이자, 또 다른 작품을 위한 디딤돌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해온 이야기들보다 앞으로 우리에게 보여줄 이야기가 더 많은 감독 이재용. 앞으로 그의 행보에 더욱 주목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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